인터넷을 보다 보면 가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장된 광고를 만나게 됩니다.
한 번 사용하면 눈에 띄게 달라질 것처럼 표현하는 제품도 있고, 지금 구입하지 않으면 큰 기회를 놓칠 것처럼 구매를 재촉하는 광고도 있습니다. 비슷한 광고를 여러 번 보다 보면 저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나는 저런 광고를 그대로 믿지는 않는데, 저걸 보고 정말 사는 사람도 있겠지.’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합니다.
광고를 보고 있는 사람은 분명 저인데, 광고의 영향을 걱정할 때는 제가 아니라 얼굴도 모르는 ‘다른 사람’을 떠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터넷이나 SNS에서 자극적인 정보가 빠르게 퍼지는 모습을 볼 때면 이런 생각은 더 강해집니다.
‘사람들이 이런 내용을 그대로 믿으면 어떡하지?’
그런데 어느 순간 질문을 반대로 해보았습니다.
나는 정말 이런 광고나 정보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일까요?
광고 문구를 그대로 믿지는 않더라도 여러 번 본 브랜드에 친숙함을 느낄 수 있고, 인터넷에서 반복적으로 접한 이야기가 나중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미디어의 영향을 이야기할 때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걱정하는 것일까요?
관련 자료를 찾아보다 알게 된 개념이 제삼자 효과(Third-Person Effect)입니다.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학자 W. Phillips Davison은 1983년 발표한 논문에서 사람들이 설득적 대중매체 메시지에 대해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이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제시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다른 사람이 더 많이 영향을 받았다는 뜻이 아니라, 영향을 받는 정도를 자기와 타인에게 다르게 예상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개념을 접하면서 제삼자 효과가 단순히 ‘나는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심리’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 우리는 미디어 앞에서 자신만큼은 예외라고 생각할까요?
그리고 ‘다른 사람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이 우리의 행동과 사회적 판단까지 바꿀 수 있을까요?

1. 나는 괜찮고 다른 사람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비대칭적 판단
제3자 효과를 이해하려면 먼저 제3자 지각(Third-Person Perception)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극적인 광고를 본 뒤 두 가지 질문을 받았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광고가 당신의 구매 판단에 얼마나 영향을 줄 것 같습니까?’
그리고,
‘이 광고가 다른 사람들의 구매 판단에는 얼마나 영향을 줄 것 같습니까?’
제3자 지각이 나타난다면 두 번째 질문에 더 높은 영향력을 예상하게 됩니다.
Davison이 1983년 제3자 효과를 처음 제안하면서 주목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자기와 타인 사이의 차이였습니다. 그는 네 개의 소규모 실험을 통해 이러한 가설을 검토했습니다.
이후 수많은 연구가 이어졌습니다.
Perloff가 관련 연구를 종합한 리뷰에서는 제3자 효과가 질문 순서나 표현 방식이 달라져도 비교적 일관되게 관찰되지만, 모든 메시지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메시지에서는 오히려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제1자 효과(First-Person Effect)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이 흥미롭습니다.
사람들이 언제나 자신은 미디어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교육이나 건강 증진처럼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메시지라면 ‘나는 이런 좋은 메시지의 영향을 받아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 자신을 나쁘게 보이게 하지 않습니다.
반면 과장광고나 선동적인 정보처럼 영향을 받는 것 자체가 어리석거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메시지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런 것에 영향을 받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쉬워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3자 효과에는 단순한 미디어 판단뿐 아니라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싶은가라는 자기고양적 동기(Self-Enhancement)도 연결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나는 쉽게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다.’
이 믿음이 자신과 타인의 미디어 영향력을 다르게 평가하는 하나의 배경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2. 나와 멀리 있는 사람일수록 더 쉽게 영향을 받을 것처럼 보입니다
제3자 효과에서 제가 특히 흥미롭게 본 것은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입니다.
다른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타인’은 아닙니다.
나와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도 타인이고, 전혀 모르는 사람도 타인입니다.
그런데 제3자 효과 연구에서는 비교 대상이 자신과 심리적·사회적으로 멀다고 느껴질수록 자신과 타인 사이의 미디어 영향력 차이를 더 크게 지각하는 경향이 연구되어 왔습니다. 이를 흔히 사회적 거리 귀결(Social Distance Corollary)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나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나와 비슷한 사람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저 사람들은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다.’
라는 식으로 판단이 확장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사회적 거리를 포함한 제3자 효과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 방지 광고를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에서는 참가자의 성별과 사회적 거리에 따라 제3자 또는 역제3자 효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조사했고, 남성 참가자 집단에서는 사회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제3자 효과가 증가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다만 모든 집단에서 동일한 양상이 나타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2019년 국내 지진 위험 뉴스 연구에서도 제3자 지각은 관찰됐지만 단순한 사회적 거리 가설보다 메시지가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에 관한 표적 귀결(Target Corollary)이 더 잘 지지됐습니다.
이런 연구들을 보면 제3자 효과를 ‘나와 멀수록 무조건 더 무지하게 본다’는 공식처럼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질문은 남습니다.
인터넷에서 자극적인 광고나 잘못된 정보를 볼 때,
나는 구체적으로 누구를 걱정하고 있는가?
그리고 왜 그 사람이 나보다 더 쉽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저 역시 ‘나는 이런 광고에 속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판단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판단의 근거를 묻는다면 명확하게 답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광고의 설득력을 평가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나와 타인의 판단 능력을 서로 다른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3. 다른 사람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규제를 원하는 마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3자 효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여기서부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이 더 영향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끝난다면 흥미로운 인지 편향 하나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Davison이 처음 이론을 제안했을 때부터 관심을 가졌던 것은 이러한 인식이 행동이나 사회적 판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었습니다.
Davison은 다른 사람들이 해로운 메시지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검열 같은 행동과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고,
‘나는 괜찮지만 다른 사람들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고 생각한다면 그다음에는,
‘그러니 이런 콘텐츠는 제한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3자 효과 연구에서 이야기하는 행동적 요소(Behavioral Component)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국내 광고 연구에서도 이러한 연결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성적 소구 광고를 대상으로 대학생 464명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제3자 효과가 나타났으며, 타인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을 크게 지각하는 것과 광고 규제를 지지하는 태도 사이의 관련성도 관찰됐습니다.
해외의 의약품 광고 연구에서도 자신보다 타인에게 부정적인 광고 효과가 클 것이라는 제3자 지각이 관찰됐고, 연구자들은 이러한 인식과 광고 규제 지지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제3자 효과가 단순한 광고 심리보다 훨씬 중요한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콘텐츠의 위험성을 판단할 때 콘텐츠 자체만 보고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보는 다른 사람을 내가 얼마나 취약한 존재로 생각하는가도 함께 판단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제로 보호가 필요한 상황도 있습니다. 어린이나 청소년처럼 특정 광고나 유해 콘텐츠에 대한 보호가 필요한 집단이 존재하고, 모든 규제가 제3자 효과 때문에 만들어진다는 뜻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규제를 주장하기 전에 한 가지 질문을 추가해 보는 것입니다.
나는 정말 이 콘텐츠의 객관적인 위험성을 판단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은 나보다 쉽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일까?
두 판단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제3자 효과를 알기 전에는 과장된 인터넷 광고를 보면서 ‘이런 것을 믿는 사람이 있으니까 광고가 계속 나오는 거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관련 연구들을 살펴보면서 그 생각 속에 숨어 있던 전제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영향을 받지 않는 쪽에 나를 놓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광고 하나를 봤다고 바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극적인 뉴스 제목 하나를 봤다고 그대로 믿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곧 ‘나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광고를 보고 제품 이름을 기억했을 수도 있고, 반복적으로 접한 주장에 조금 더 익숙함을 느끼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정보에 주목하고 어떤 문제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에도 미디어 환경은 관여할 수 있습니다.
제3자 효과가 말하는 핵심도 실제로 내가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를 측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왜 우리는 미디어의 영향력을 자신과 타인에게 다르게 평가하는가를 묻는 것입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 작은 차이가 타인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라는 생각은 때로 특정 콘텐츠를 제한해야 한다거나 누군가 대신 판단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인터넷에서 과장광고나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고,
‘나는 안 믿지만 다른 사람들은 믿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 때 한 번쯤 그 문장의 주어를 바꿔보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은 왜 영향을 받을까?
보다 먼저,
나는 정말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라고 묻는 것입니다.
40대가 되면서 인터넷과 SNS에서 접하는 정보의 양은 오히려 더 많아졌습니다. 광고를 구별하는 경험도 쌓였고 어떤 정보가 과장되었는지 판단하는 능력도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자신감 때문에 내가 미디어의 영향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한다면 그것 역시 경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3자 효과를 공부하면서 제가 얻은 결론은 ‘다른 사람도 똑똑하다’ 정도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 방향의 질문입니다.
타인의 취약성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만 자신의 취약성을 발견하는 것은 훨씬 어렵습니다.
어쩌면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첫 단계는 다른 사람이 무엇을 믿을지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자료
Davison, W. Phillips (1983). The Third-Person Effect in Communication. Public Opinion Quarterly, 47(1), 1–15. 제3자 효과를 처음 체계적으로 제안한 대표 논문으로, 사람들이 설득적 미디어 메시지가 자신보다 타인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각하는 현상을 다뤘습니다.
Perloff, Richard M. (1999). The Third Person Effect: A Critical Review and Synthesis. Media Psychology, 1(4), 353–378. 기존 제3자 효과 연구를 종합하면서 효과의 지속성뿐 아니라 메시지의 성격에 따라 제1자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 등을 검토했습니다.
Cha, Dong Pil (2013). The Third-Person Effects on Anti-Drink Driving Advertising Based on Fear Appeal Technique: The Role of Gender and Social Distance. 지역과 커뮤니케이션, 17(3), 137–154. 국내 음주운전 방지 광고를 대상으로 성별과 사회적 거리에 따른 제3자 효과의 차이를 살펴본 연구입니다.
Paek, Hye Jin & Lee, Hyegyu (2019). 지진 뉴스에 대한 제3자 효과 연구. 한국광고홍보학보, 21(2), 30–66. 포항 지진 위험 뉴스를 맥락으로 사회적 거리, 표적 귀결, 미디어 신뢰도와 위험 인식 등을 함께 검토한 국내 연구입니다.